어른스럽지만 소년같다. 진지하지만 가볍다. 남자답지만 아이같다. 이 역설스러운 수식어들은 모두 배우 강지환의 이미지다. 최근 홍자매의 <홍길동> 에 캐스팅 되어 한창 촬영 준비에 바쁠 이 배우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아마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을 것이다. 과연 강지환이 꿈꾸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어떤 배우가 되어 가고 있는가.
뮤지컬 배우에서 TV 배우로
강지환은 2002년 뮤지컬 <록키호러쇼> 에서 데뷔한 뮤지컬 배우다. 2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늦깎이 데뷔를 한 셈인데 180이 훌쩍 넘는 키에 서글서글한 외모는 단박에 그를 '뮤지컬 스타' 로 만들어줬다. 그 후, 뮤지컬 <그리스> 에서 능글맞은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그는 2003년 드라마 <여름향기> 로 공식적인 첫 드라마 신고식을 치뤘다.
한지혜의 남자친구로 잠깐 얼굴을 드러냈던 그는 <꽃보다 아름다워><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에서 조역을 거쳐 출세작인 <굳세어라 금순아> 로 스타덤에 올랐다. 까칠하지만 귀엽고 따뜻한 구석이 있는 의사 구재희 역할을 실감나게 소화해 내며 <굳세어라 금순아> 의 인기를 견인했던 그는 처음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연기력으로 여의도의 관심을 끌었다.
이 때, 강지환에게도 드디어 '팬' 이라는 것이 생겨났는데 강지환은 아직도 그 희열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팬카페 회원수가 6명이었을 때 강지환과 운영진들은 어떻게 하면 팬카페 회원수를 늘릴 수 있을까 심각하게 토론을 하며 아이디어를 짜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들린다. 바쁜 와중에도 팬카페에 글 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는 "팬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라는 말로 팬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사람도 당연히 "팬카페에 처음 등록한 팬" 이란다. 정말 유별난 팬사랑이다. 아, 또 한가지. 올해 그의 목표는 팬카페 회원수 10만명 돌파다.
<90일, 사랑할 시간> 를 거쳐 <경성스캔들> 까지.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 가 종영한 뒤 강지환은 <불꽃놀이> 를 거쳐 김하늘과 함께 <90일, 사랑할 시간> 에 출연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열렬한 사랑을 해야만 하는 가슴 아픈 로맨스를 그린 <90일, 사랑할 시간> 은 김하늘과 강지환의 절절한 눈물 연기로 마니아층의 잔잔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대중적인 관심을 얻는데는 실패했고 이 때 강지환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배우는 관심을 받을 때 가장 빛난다고 생각하는 그는 "애써 시청률을 외면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시청률이 중요한 관심사다." 라는 말로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털어 놨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스타가 되고 싶은가 하는 물음에는 "배우, 스타 둘 다." 라는 짧은 대답으로 인기에 대한 갈증 역시 이야기 했다. 애써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그 모습은 어쩐지 당돌하다는 느낌까지 가져다 준다.
그리고 2007년 여름, 그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경성스캔들> 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이 작품 역시 시청률은 한자릿수를 면치 못했다. 다만 전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공고한 마니아층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불꽃놀이> 와 <구사시> 가 상대적으로 얇은 마니아층을 지닌 작품들이었다면 <경성스캔들> 은 이례적으로 DVD 가 출시될 정도로 마니아층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경성스캔들> 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은 한결같이 "시청률과 상관 없이 너무너무 행복했다." 는 말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토해냈다. 극 중에서 선우완으로 열연했던 강지환은 맞춤복을 입은 것처럼 열심히 연기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고, 새로운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경성스캔들> 을 보면 내내 행복했던 이유는 작품 자체의 탄탄한 구성도 있었지만 강지환 같이 좋은 배우들을 만난다는 기쁨도 단단히 한 몫을 했었다.
그들에게도 해당되는 6단계 법칙.
잠시 쉬어가는 얘기를 해보자. <경성스캔들> 4인방인 강지환, 한고은, 류진, 한지민의 재밌는 연결고리에 관한 이야기다. 강지환은 첫 드라마 데뷔를 <여름향기> 의 한지혜 남자친구로 했다. <여름향기> 속에서 극 중 한지혜의 오빠로는 류진이 출연했다. 그러니까 여자친구의 오빠와 여동생의 남자친구였던 사이가 <경성스캔들> 속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는 재밌고도 엉뚱한 공식이 나온다.
이런 경우는 또 있다. <꽃 보다 아름다워> 에서 강지환은 고두심의 죽은 첫째 아들로 출연했고, 한고은은 고두심의 둘째 딸로 출연했다. 즉, <꽃 보다 아름다워> 에서 강지환과 한고은은 오빠 동생 사이로 인연을 맺은 셈이다. 그러나 3년 뒤, 그들은 <경성스캔들> 속에서 오빠 동생사이를 넘어서 '소울메이트' 관계로 발전했다. 이 또한 묘하고 재미있다.
더 해보면 한도 끝도 없다. <꽃보다 아름다워> 에서 한고은의 애인으로 등장한 사람은 김명민이다. 김명민과 류진은 실제로 1996년 SBS 공채탤런트 동기로 10년 우정을 지켜내고 있는 각별한 사이다. 결국 이어보면 한고은은 애인의 친구와 <경성스캔들> 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억지스럽지만 이 역시 말은 된다. 어떤 인연도 다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 알게 된다는 이른바 '케빈 베이커 게임' 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아, 강지환과 한지민의 인연은 어떨까. 이건 약간 복잡하다. 강지환은 <꽃 보다 아름다워> 에서 고두심의 첫째 아들로 출연했다. 고두심은 <가족의 탄생> 에서 엄태웅의 연상 애인으로 등장했다. 엄태웅은 <부활> 에서 한지민의 연인이었다. 강지환과 한지민은 <경성스캔들> 에 함께 출연했다. 음...그러니까 한지민에게 있어서 강지환은 옛 연인의 연상 애인의 죽은 첫째 아들인 셈? 하하하. 이 쯤에서 억지스럽지만 희한한 케빈 베이커 게임은 그만하도록 하자.
약점 보완하고 좋은 배우로 성장하길
강지환이라는 이름은 대단히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몇 몇 약점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완성된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은 흥행력 보완이 절실하다. 강지환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배우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흥행에 일희일비 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하지만 시청자들을 리드할 수 있는 대중성과 흥행력을 어느 정도 갖추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10년, 20년 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공통점은 대중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홍자매의 <홍길동> 에 낙점 받은 것은 하나의 기회다. 비록 경쟁작이 <왕과 나> 와 <이산> 인지라 흥행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시청자 층의 빈틈을 공략하면서 제 페이스를 잃지만 않는다면 나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발성 연습도 해야한다. 배우에게 있어 발성은 상당히 중요한데 강지환은 흥분하거나 소리지를 때 힘이 딸린다. 뮤지컬 배우 출신이므로 열심히 노력하면 개선이 되겠지만 아직은 목소리에 담겨있는 감정이 탁 트이질 않고 어느 선에서 막혀버리는 느낌이 든다. 고두심이나 김희애 같은 경우 발음도 발음이지만 발성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들이니 교과서적 표본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몇가지 충고를 했지만 최근 그를 본 내 느낌은 '유쾌하다' 였다. 31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소년의 싱그러움을 지니고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그런면에서 강지환은 존재만으로도 유쾌하다. 그의 그 유쾌한 존재감이 많은 사람에게 삶의 무거움을 잠시 벗어버릴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유쾌함 뿐 아니라 삶의 허무와 쓸쓸함까지도 연기로 승화시켜 토해낼 줄 아는 배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우리는 2007년에 아주 좋은 배우를 또 한 명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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