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스크랩] 방송 3사의 연예&연기 대상을 뒤돌아 보다

Wone♬ 2008. 1. 1. 17:37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이 31일을 지나면서 모두 막을 내렸다. 가요 시장이 무너짐에 따라, 가요 시상식은 일본의 홍백가합전과 흡사한 포메이션으로 전환해 특별 무대나 연합 콘서트 같은 이벤트 성 행사로 치뤄졌고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은 종전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차곡히 쌓여가는 공중파 3사의 시상 결과들은 사실 그다지 의미 있는 건 아니다. 어차피 자사 방송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의 홍보 및 자축으로 점철 된 행사라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뭐라 할 만한 것도 없다. 게다가 다들 고생했으니 옛다하나씩 받아라 하는 정도의 상인 만큼 상이라고 해 봐야 드라마 주연 하고도 못 받게 되면 그게 이상할 정도가 됐다. 더군다나 이전처럼 절대적으로 압도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들이 거의 줄었고, 고만고만 한데다 시청률이 외면하더라도 마니아 층의 지지를 얻어 낼 경우 그 부분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상을 주게 되더라도 사실 말이 많을 수 밖엔 없다. 우수상이니 최우수상이니 하는 것들은 의미가 없고, 이제 겨우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대상정도 일 진데 매해 그랬지만 올해도 역시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었다. 갸웃하는 수상 결과들로 뒷말은 많게 됐고, 또 어쩌면 당연한 수상 결과들도 있었다.

 

 KBS의 연예 대상 & #8211; 재훈을 위한 변명

 

 

 KBS의 대상은 아마 대부분이 강호동을 예상했던 듯 하다. 탄력을 받아 가고 있는 ‘1 2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데에는 강호동의 공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KBS의 선택은 강호동이 아닌 탁재훈 이었다. 이전처럼 [상상플러스]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때도 아니고, [불후의 명곡]에서도 진행의 문제점이 수시로 드러나고 있는 그에게 대상이라는 상을 준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은 과한 상이다라는 평을 내렸다.

그러나 어차피 각 방송사의 대상은 특히나 KBS, 더구나 드라마도 아닌 연예 프로그램에서는 충성도가 중요하다. 한 방송사에서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대신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도드라진 활동을 보여주는 것은 그 아무리 잘 했다 하더라도 다소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어차피 각 방송사의 종무식이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처럼, 자사만의 축제로 전락한 마당에 타 방송사에서 도드라진 활동을 보이는 이들이 고와 보일 리 없는 것이다. KBS의 연예 대상 수상자들의 다수가 여러 방송사를 오가기 보다는 한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맡아왔던 해에 상을 받아왔단 점을 감안해 보자면 아주 이해 못할 결과는 아니다.

탁재훈이 다른 톱 클래스의 MC들처럼 어떠한 기본적 MC의 소양, 준비된 진행자의 솜씨를 갖춘 것이 아님은 사실이다. 어제 있었던 연기 대상의 진행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잘 숙지된 대본을 유려하게 이끌어 나가는 것 보다는 순간의 순발력과 상황에 대처하는 멘트가 좋은 MC. 어떠한 상황을 주어줬을 때, 순간적으로 받아 쳐 내면서 웃음을 주는 것이 그가 해 내는 주 진행 스타일이다. 그런 그는 혼자 하는 진행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대신 곁에 능력 있는 MC들이 받쳐 줄 경우 상당한 빛을 발한다. 최근 사람들이 추구하는 MC들 자체가 그가 하는 성향과 다른 것일 뿐 그가 그 모든 비난을 감내해도 좋을 만큼 최악의 MC는 아니다. 물론 그 상 자체가 그에게 아주 합당하다고 할 수는 없고, 혼자 세워 두어도 충분한 능력 발휘가 가능할 만한 MC가 아닌 만큼 그에게도 아직 채워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보고 있자면 다소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주는 상을 받은 죄 뿐인 그에게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는 그 나름의 스타일이 있는 MC. 적어도 [상상플러스] [불후의 명곡]에서 그는 위치에 맞는 스타일을 걸맞게 유지하고 있다. 굳이 탓해야 한다면 KBS이지, 탁재훈이 아니다.

 

SBS의 연예 대상 & #8211; 예상된 결과이자 받을 만 한 결과

 

 

 SBS 선택은 강호동이었다. KBS에서 외면 받은 강호동 SBS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인기프로그램이었던 [야심만만] [X]등을 지켜왔던 그에게 이 수상은 어쩌면 예상된 것이었고, 누구도 이견 달 수 없을 만한 결과였다. 프로그램 하나를 충분히 좌우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진 MC이며, 국내 MC들 중 그 누구보다 잘 들어주는’ MC인 그는 그 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또 과하게 그를 드러내지 않아 중심을 잘 잡고 있기도 하다. 그 스스로가 아주 똑똑한 진행을 할 수 있는 이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굿 리스너로 자신을 잘 만들어 온 MC이기도 하다. 그의 결과는 예상된 부분이었고, 오히려 그의 역할에 비해 오랫동안 상복이 없었다는 점을 봤을 때 반가운 일이기도 했다.

 

 MBC의 연예 대상 & #8211; 무한도전에 대한 고마움

 

 

 

 MBC의 연예 대상이 발표 되는 순간, 많은 사람은 후보 발표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무한도전 멤버 여섯 전원과 [거침없이 하이킥]이순재에게 동시 수상이라는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외의 결과였지만 또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주 이해하기 힘든 결과는 아니다. 예능 국장의 변대로 [무한도전]은 이미 하나의 문화 컨텐츠라 해도 될 만큼 자리를 잡았다. 쉽게 말해 이제 [무한도전]은 말아 먹으려 들어도 크게 말아먹을 것도 없는프로그램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들 여섯 멤버가 적어도 지금 같은 자세로 제 자리만 지킨다 해도 [무한도전]은 크게 무너질 걱정이 없다. 그리고 이들 여섯이 존재하기에 [무한도전]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 모든 이들에게 공로를 돌렸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아니다. 영화상에서처럼 최우수 작품상이 없기에 MBC는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하나의 역사로 남을 이 프로그램에게 MBC는 일종의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하이킥] 또한 시트콤이지만 시트콤 이상의 의미를 남긴 프로그램인 만큼 이순재에게 연예 대상이라는 결과를 줄 만 했다. 비록 연기 대상을 줘도 손색 없을 만한 사람에게 시트콤이란 장르가 예능에 속하기 때문에 연예 대상을 줄 수 밖에 없었지만, 7명 공동 수상이라는 초유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면면을 뜯어 보았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수상은 아니었다.

 

 KBS의 연기 대상 & #8211; 연예 대상과는 다른 예상된 결과와 인물

 

 

 올해 KBS는 드라마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부진했다. 전통적인 강세를 보이는 일일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 그리고 사극이 여전히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게 어필할 만한 드라마가 뚜렷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경성스캔들], [마왕] 등 마니아 층의 지지를 받은 드라마들은 많이 없었지만 폭 넓게 누렸다 할 만한 인기는 없었다. 그랬던 만큼 [대조영]의 경우 젊은 층에게 어필하지는 못했으나 30대 이후의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정통 사극의 영역에 있어서만은 여전히 KBS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KBS 사극 주인공이라고 하면 바로 연상되는 최수종 역시 예상된 결과 대로 다시 KBS의 대상을 거머쥐었다.

 

 SBS의 연기 대상 & #8211;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기 싫었던 SBS의 고육지책

 

 

 김희애와 박신양의 공동 수상이라는 결과를 내 놓은 SBS의 연기 대상은, 어쩌면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기 싫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동 수상으로 욕을 먹을지언정, 김수현 작가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완전한 사랑] 당시, 김희애가 대상을 받을 것이라는 다수의 예상을 뒤로 하고 [올인]이병헌에게 대상을 선사한 이후 김수현 작가에게 미움을 샀던 일을 생각 하자면 이 결정은 SBS 식의 해결 법이었던 것이다. [쩐의 전쟁]이 극 후반부에 이르러 용두 사미 격의 이야기로 끝나 빈정을 샀지만, 어찌되었건 [파리의 연인]에 이은 박신양의 공로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런가 하면 [내 남자의 여자]로 다시 SBS의 문을 두드린 김희애를 또 다시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연히 받을 것이라 생각 했던 대상을 주지 못했으니, 또 다시 외면할 수 없었던 SBS의 입장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상 남발이건 어쨌건, 안 줘서 밉보이느니 주고 욕 먹는 쪽을 택한 것이다.

 

 MBC의 연기 대상 & #8211; 사극에 대한 공로 치하와 한류를 위한 선택

 

 

 MBC의 연기 대상은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시작됐다. MBC에서는 블록버스터 사극 기획인 [태왕사신기], 그리고 이미 아시아 쪽에서 거물 스타가 된 배용준이라는 카드는 쉽게 무시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겐 이미 년 초에 화제를 일으키고 다녔던 [하얀거탑]이 있었다. 주인공이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장준혁의 추종자로 만들어 버린 드라마였던 [하얀거탑]은 그 완성도와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최고의 드라마라 불릴 만 한 것이었다. 그런 김명민을 MBC는 외면 할 수 밖에 없었다. 캐릭터나 드라마 자체로 보았을 때, 사실 [태왕사신기]의 경우 주인공이 영웅이라는 점에서 극히 평면적일 수 밖에 없었고 이야기도 결국은 산으로향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에 비해 [하얀거탑]은 이야기의 구성과 밀도 그리고 캐릭터의 설득력 면에서 뛰어났다. 그렇지만, 사극은 기본적으로 배우나 스텝들이 많이 고생스러운 장르이고 또 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배용준의 공로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MBC는 결국 배용준이라는 카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통합 시상식이 이처럼 절실하게 필요한 때는 없었다.

 

 결국 문제는 각 방송사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한 이 시상식들이 이제는 더 이상 의미를 점점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드라마와 쇼를 둘러싼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사실 케이블에서 자체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역시 공중파 못지 않은 호응과 괜찮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공중파 시상식만이 있는 현 상황에서 이들은 외면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각 분야의 통합된 시상식이다.

 

 각 방송국 드라마들의 홍보가 달린 만큼, 이들에게 각자만의 시상식은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래서는 상의 권위는 둘째 치고 있다는 의미 조차 없게 된다. 상을 나눠주고 매번 논란을 일으키느니 차라리 시상식 자체를 폐지하고 축제다운 축제로 만드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서울 드라마 어워즈를 만들어 드라마의 중심이 되겠다느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3사의 통합 연예&연기 대상 시상식이 우선되는 것이 맞다.

 

 케이블 방송 채널이 늘어났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조금씩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요즘 드라마들은 거의 외주 제작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시상식이 필요 한 때고, 또 지금이 적기이다. 그들만의 잔치가 더 시청자들로 외면 받기 전에, 이제는 연말 시상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출처 : 드라마 리뷰
글쓴이 : 민경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