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무한도전- 썩소앤더시티] 몸으로 뛰어 온 그 남자들의 어쩌면 당연한 사치
언제부터 ‘스타일’이라는 말이 그렇게도 내세워지는 사회였을까? 어쨌든 패션과 스타일은 이제 더할 나위 없이 확실한 사회적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스타일을 둘러싼 도서와 각종 매체가 쏟아져 나오고, 일년에 한 두번 시상식 때마다 보면 그만이었던 연예인들의 ‘베스트 워스트 패션’은 이제 그들의 평상복까지 일주일마다 체크되어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제 브랜드 런칭쇼 하나 맘 편히 가지 못하는 스타들을 보면서 저 인생 참 피곤하겠네 싶다. 한껏 신경 쓰고 간 자신의 패션이 다음 날 대문짝만하게 ‘패션 테러리스트’ 의상으로 낙점 당해 절망해야하며, 어쩌다 같은 옷을 입은 다른 스타와 비교 당하며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굳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패션 때문에 웃고 울고 지지받게 하며 비난받게 하는 거대한 스타일의 사회, 그 거대한 흐름에 <무한도전>이 반응했다. <무한도전>과 스타일이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도전이 아닌 한번쯤 누리게 해주고픈 호사 노홍철 집들이 특집 등에서 꿈틀꿈틀 해오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패션 논쟁은 지난 <서울구경특집>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구경특집>에서는 유반장의 ‘3색론’, 노홍철의 ‘여성의류신봉론’, 하하의 ‘모자와 티셔츠 색 맞추기론’ 등의 다양한 패션 논쟁이 대두되었다. 멤버들이 흰색 쫄쫄이 입고 달리던 시절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종류의 논쟁이다. 상황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상황을 불러내는 <무한도전>의 다소 드라마적인 특성은 멤버들의 패션 하나만으로도 바로 프로그램의 한 꼭지로 뽑아냄이 가능하지 않던가. ‘와, 언젠가 이거 가지고 코너 하나 나오겠구만’ 싶던 기대는 예상보다 빨리 <썩소 앤더 시티>라는 코너로 실현되었다. 패션을 가지고 선보였던 또 하나의 특집이었던 <슈퍼모델특집>에서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멤버들이 ‘평균이상’의 반반한 모습을 선보여 충격을 주었다면, 이번 <썩소 앤더 시티>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하고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도전이 <슈퍼모델특집>이었다면, <썩소 앤더 시티>는 이를테면 그런 것이다. 그동안 온갖 연예계 막장체험인 3D를 온몸으로 겪어낸 멤버들에게 누리게 해주고픈 호사를 선물한 느낌. 그동안 수고 많으셨으니, 이쯤 되어 호사 한번 누리세요, 하는. 다른 어느 회보다 몸이 덜 고되고 덜 피곤해 보이는, 좋은 옷 입고 남이 만져주는 머리스타일과 메이크업에 좋아하는 멤버들을 보면서 덩달아 보는 나까지 좋아져버렸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진정 가까운 친구로 느끼기에 가능한 기분좋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이 누리는 호사에 나까지 기분좋아지는 그런 느낌이라는 것은.
그 특유의 주제파악의 미덕 한껏 차려 입혀 놓아도 방귀를 뿡뿡 끼는 박거성을 보며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그들을 보며 배를 잡고 웃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깊이 안심한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일 것 같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을 기대하고, 또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우리에게 패션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유반장의 나레이션으로 시작 된 <썩소 앤더 시티>는 삐까뻔쩍한 모습을 채 10여분도 견디지 못한 채 급하게 줄행랑 쳐버리는 멤버들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무한도전>은 자신들의 위치를, 그리고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다. 간혹 엇나가며 오버할 때도 있지만, 끌어나가고 끊어야 할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무한도전>이 가진 최 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을 건드리면서도 도를 넘지 않는 특유의 주제파악은 - 혹은 그 겸손함은 -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무한도전>만의 미덕인 것이다. 말만 평균 이하라고, 타고난 부족함이 경쟁력이라고 떠들어대는 그들이지만 사실 다듬고 꾸며 놓으면 어느 누구보다 젠틀하고 멋질 수 있는 멤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옷 입혀 놓으면 ‘맘편하게 농촌 특집 같은 거나하지’라며 궁시렁 거리는, 군말 않고 더럽고 힘든 체험을 마다 않는 멤버들의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을 <썩소 앤더 시티>의 결말이 그렇게도 고맙고 좋나보다. 오히려 운동복에 반바지, 슬리퍼가 자신들의 날개인 것 같다는 겸손하고 변함없는 그 말 한마디가. 거의 모든 특집이 사랑스럽고 즐겁지만 <썩소 앤더 시티>는 왠지 시청자들의 바람에 응하는 그들의 화답인 것 같아서, 새삼스럽게 더욱 무한도전 팀에 고마워진다.
우리의 ‘뚱뚱보’ 정준하를 둘러싼 논쟁에 이래저래 마음 쓰이고 불편했던 한 주,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토요일이 걱정스럽기만 하던 한 주였다. 아직 어느 하나 명확하게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시점, <무한도전>의 미래까지 점치기에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미 한참 전에 녹화된 것임을 알면서도 웃고 떠들며 투닥 거리는 멤버들의 모습이 나도 모르게 안심되고 더욱 소중했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멤버 여섯 명 모두가 이미 너무나도 친숙하고 즐거운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라는 것, 그래서 언제까지고 그 상태 그대로 우리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은 더욱 간절해진다. 모든 난잡한 이야기들이 정리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편하고 좋은 마음으로 다음 주 무한도전 여섯 명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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